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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운

2026년 5월 22일

지금은 고전이 된 두 편의 논문에서 토머스 네이글(1979)과 버나드 윌리엄스(1981)는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것이 일종의 운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논증한다. 이른바 도덕전 운(moral luck)이다. 이들은 도덕적 평가는 운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과 무관해야 한다는 칸트의 주장을 반박한다. 거칠게 말해 1930년대 독일에 살게된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치의 악행을 방관하거나 그에 가담하게 되는데, 이는 도덕이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다른 사람에게 베풀 게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고귀한 행위를 하기가 쉽다. 이런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흔히 행복이라 번역되는 에우다이모니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행복은 완전한 삶을 통해 덕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인데, 덕을 갖춘 사람이 되려면 올바른 양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훈련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행위자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니 고결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은 운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 김영하, <단 한 번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