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돈이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글을 쓰는 데에는, 적어도 산문을 쓰는 데는 네 가지 중요한 동기가 있다. 각 동기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는 작가마다 다를 것이며 작가가 사는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작가에게도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1. 온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거나 사후에 기억되고 싶거나 어렸을 때 자신을 막 대했던 어른들에게 앙갚음하고 싶다는 등등의 욕구. 이것이 동기,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것은 사기와 다름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특별히 이기적이지는 않다. 얼추 서른 살이 되면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개별적인 존재라고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그때부터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일상의 고단함에 압도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죽을 때까지 자기의 삶을 기어코 살아내려는 다재다능하고 의지가 강한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작가들이 바로 이런 부류에 속한다.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또는 단어와 단어의 올바른 배열이 주는 아름다움을 인식하려는 열정이다. 철도 안내서 수준을 넘어서는 글 중에서 미학적 고려 없이 쓴 글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3. 역사적 충동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찾아내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망이다.
4. 정치적 목적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가능한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쓸 때다.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또는 추구하는 사회의 유형에 관해서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 다시 말하지만 정치적인 편향이 없는 책은 이 세상에 단 한 권도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이다.
-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